잊지 않겠습니다.


In Paris - 오페라 거리 트로이카 by 이오냥

트로이카는 제 맘대로 붙여봤습니다.

전날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서 11시 반 쯤 느지막히 호텔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생또노레의 장 폴 에반 살롱 드 떼에서 오믈렛을 먹고 그 부근에 있는 앙젤리나, 라뒤레 코스를 돌자는 간단하고 느끼한 계획을 세우고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개찰구 지나가는 것도 문 여는 것도 어제 한차례 소동을 겪었기 때문에 손 쉽게 클리어. 어젯밤엔 지하철 칸 문 손잡이의 방향을 헷갈려서 못 열고 쩔쩔매는 걸 의자에 앉아있던 전통의상을 입은 중동계 언니가 도와줬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내릴 역을 지나칠 뻔 했거든요. 짧은 어젯 밤 동안 지하철을 타면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란 실수는 모두 저질렀다는 생각에 여유있게 지하철에 오르고 갈아타고 내렸습니다. 하지만 난관은 거기부터 시작이었죠.

몇 년 전에 회사의 직원사기증진 프로그램으로 런던-파리 여행을 왔다갔고 제가 아는 분께 여쭤서 알려준 장 폴 에반 생또노레점에서 식사까지 한 짝꿍이 생또노레 길을 못 찾는 거에요. 한 시간 정도 주변을 헤매는 동안 서점에 들어가 지도랑 엽서도 사고 관광 사무소에 들어가 파리 전도 팜플렛도 받아오고 부유해보이는 중동계 언니가 버킨 들고 가는 것도 보고 초겨울 코트에 부츠 차림을 한 통행인들을 헤치며 얇은 스카프를 휘날리며 보라색 짧은 반팔 미니 원피스를 입고가는 설녀도 봤습니다. 설녀는 정말 세계공통키워드 전세계인의 친구인가봐요.

어지저찌해서  장 폴 에반 매장 도착.
오믈렛과 라비올리로 식사를 하고 쇼콜라 쇼를 시켜서 마카롱과 오렌지 타르트를 먹었습니다.



쇼윈도에 전시된 초콜렛 구두는 신으면 녹아버리는 건가효 하악하악


장 폴 에반의 마카롱은 일본에서 파는 마카롱과 전혀 다르더군요. 얼마전에 프랑스에서 마카롱 상을 받았다길래 그정도로 상을 받는다면 다른 건 얼마나 시답잖은 건가 의심스러웠는데 쇼콜라 마카롱은 반딱반딱 윤기가 나고 촉촉하고 프랑보와즈는 두 종류의 쇼콜라 가나슈를 프랑보와즈 잼으로 감싸서 풍요로운 맛이 나더군요. 하악하악. 일본 매장과 맛이 비슷한 건 쇼콜라 쇼 뿐이었어요.

케익 가격은 두 배가 넘었지만 마롱 콩피나 콩피츄르의 가격은 일본 매장가의 1/2~1/3라서 마지막날 쓸어와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아까 사온 마롱 콩피를 먹었는데 일본에서 팔던 것과 다르게 설탕물인지 꿀물이 밤 전체에 스며들지않고 알덴테(ㅎㅎ) 상태로 남아있어서 더 담백했어요.

앙젤리나부터는 나중에 추가. 오늘은 코트사러 아울렛에 갈 예정입니다. 거기서 코트 못 건져오면 조냉 비싼 라 파예트 가야한다능 ㅎㄷㄷ    

08.10.5. 새벽에 앙젤리나부터 추가

생또노레 뒤쪽 골목을 숄곰숄곰 걷다보면 화려한 호텔사이로 안젤리나가 보입니다. 
후즐근한 관광객과 이런게 바로 유럽 갑부다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멋진 마담들 사이에 낑겨앉아 주문을 했어요.
안젤리나에 왔으니 몽블랑! 하나 그리고 밀피유랑 커피와 차를 테이블 한 가득 올려놓고 먹었습니다.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주문했던 밀피유는 주문서가 나올 때까지 나오질 않고, 주문서엔 써있는데 말이죠. 이건 팁대신 먹지도 않은 밀피유 값을 받겠다는 겅미? 밀피유가 안 나왔다고 직원 붙잡고 내놓으라고 얘길했더니 한참 뒤에나 나오긴했는데 이건 그냥 취소하는 편이 나았을 뻔했어요. 배도 부르고 느글거려서 원. 하지만 밀피유 자체는 맛있었습니다. 하악하악.

요놈이 바로 팁 대신 안 나오려고 했던 밀피유.

부른 배를 꺼뜨릴 겸 앙젤리나를 나와서 조금 멀리? 걸어서 길 모퉁이의 라뒤레를 찾아갔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내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고풍스러웠는데 매장 밖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순간 쫄았습니다. 바람도 쇙쇙 부는데 밖에서 기다리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았거든요.




짝꿍을 정탐하러 매장 안으로 들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저도 들어가봤죠. 줄 서있는 사람들은 구매하려는 사람들이더라구요. -_-)3333 짝꿍따라 얼른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카페나 레스토랑 자리 좁다고 불평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벽에 바싹 붙여놓은 좌석을 빼서 앉으라고 하는데 외투차림으로 그 좁은 곳으로 기어들어가다가 옆 테이블에 놓인 물병이나 포트를 건드릴 것만 같단 말이죠. 체구가 큰 유럽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좁아터진 좌석을 찾아가는 모습이 참 귀엽더군요. =_=)3333



주문한 것은 마카롱과 마리 앙투아네트 차와 무언가의 아이스 티.
일본 라뒤레 매장보다 신선한 맛이 있어서 더 맛있긴 했고, 그쪽에선 연일 품절사례라 먹어보지 못했던 프랑보아즈가 널려있어서 좋긴했어요. 이걸 먹으러 12시간 오는 건 이번 정도로 그치고 이후엔 짝꿍 항공택배 같은 걸로 주문해서 집에서 편히 받아보고 싶은 간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날에 가보고 싶었던 과자점(?) 세 군데를 돌았더니 파리 여행이 끝난 기분이 들더군요. 굉장히 성공적인 첫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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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종이우산 2008/10/01 15:31 # 답글

    고양이 상자가 너무 예뻐요 OTL

    풀썩.....O<-<
  • 이오냥 2008/10/05 14:22 #

    종이우산/ 그죠그죠 고양이 상자 사오고 싶다능
  • hyunjung 2008/10/01 20:17 # 답글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라 뒤레나 그런 이름 있는 곳도 맛있지만
    그냥 길 가다가 보이는 빵집에서 사는 마카롱이나 갸또도 다 맛있어요.

    이왕 가신거 그런 네임벨류만 보시지 말고 길 가다가 아무데나 괜찮을만한 곳에 들어가셔서 드세요.

    거기 빵집들은 우리나라 빠리 바게뜨같은 체인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빵 반죽부터 일일이 다 만들기 땜에 맛이 달라요.

    근데..호텔은 왜 물랭루즈 근처에..-.-
    혹시 한국사람이 하는 곳?

    Val d'Europe 가서 괜찮은 명품은 건지셨나용?
    요즘 세일기간이 아니라서.. 쫌 비싼데다가 유로화 환율이 엄청나죠?
  • 이오냥 2008/10/05 14:27 #

    hyunjung/ 모양이 좋아보이길래 슈퍼에서도 좀 사먹어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 제과점 거더라구요. 아직은 그냥 길가다 보이는 빵집의 마카롱을 못 먹었어요. 엉엉. 빵집 빵들이 너무 좋아보여서 가슴이 두큰 합니다. 사오면 썩겠죠?;;;

    호텔은 한국사람이 하는 곳은 아니구요 그냥 와이파이 무제한인 디자인 호텔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주변 분위기가 후덜덜해서 재미있었어요. 관광객 천지인 곳이라 생각보다 안전해서 안심했습니다. 거리 오가다 악보가게들을 봤는데 현정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헤헤.

    발도로프는 좀 실패였어요. 부츠나 좀 사오는 건데 시외곽 건물 구경한 셈 치고 있습니다.
  • 홍차도둑 2008/10/01 20:29 # 답글

    웬수같은 이오냥 내가 가고 싶어본 곳은 다 찜해버렸구나!
  • 홍차도둑 2008/10/01 20:32 #

    & 나는 간단하고 느끼한 계획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으헐헐헐

    파리가 지금 쌀쌀하긴 하겠지만 나름 또 좋을 때라오~
  • 이오냥 2008/10/05 14:28 #

    홍차도둑/ 찻집에서 다른 찻집으로 메뚜기 여행이라오 ㅎ
  • Tirsha 2008/10/01 21:52 # 답글

    우와 마카롱마카롱~
    즐거운 여행하고 계시네요. ^^
  • 이오냥 2008/10/05 14:29 #

    Tirsha/ 마카롱마카롱 하악하악
    너무 추워서 후회스러워요 흑흑. 집에 놔두고 온 부츠 생각이 간절합니다;
  • NuRi 2008/10/01 23:11 # 답글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
  • 이오냥 2008/10/05 14:32 #

    Nuri/ 그렇게 좋다고 하기엔...ㅎㅎ 날씨가 너무 추워요.
    초가을 날씨라는 짝꿍말만 믿은 저에게 패인이 있다능 크흑
  • xmaskid 2008/10/02 00:00 # 답글

    짝꿍님 사진 첨 뵈요! 파리를 언제 가봐야 하긴 할텐데!!!
  • 이오냥 2008/10/05 14:33 #

    xmaskid/ 히히 모자이크 떡칠이지만 잘 봐주십쇼 굽신굽신
    우왕 계신곳에선 파리가 (한국에 비하면)아주 가까우실 것 같아요.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미국인 관광객들이 득시글 거린다능
  • 뇌가썩은빈양 2008/10/02 16:13 # 삭제 답글

    꽃미남 짝꿍얼굴을 떡모자이크로 범벅을 시키시다니 ㅠ _ ㅠ 고도의 안티로 돌변하셨다는 ;;; 차라리 예전 토로가면을 씌워라! 씌워라!
  • 이오냥 2008/10/05 14:34 #

    빈양/ 짝꿍이 당신 덧글 보고 '토로 가면을 씌워라~ 씌워라~' 따라하면서 좋아하더라. 작은 웃음 주셔서 ㄱㅅ
  • 肉脯 2008/10/02 19:26 # 답글

    아악~~~ 이건 테러..ㅠ.ㅠ
  • 이오냥 2008/10/05 14:35 #

    육포/ 육포 언니가 좋아할 만한 가게들이 굉장히 많아요.
    숙소앞 수퍼마켓에서 파는 양과자들도 다 보기 좋고 맛있음!
  • 유우롱 2008/11/03 00:26 # 답글

    아아아아 파리의 라뒤레에 가셨군요!!!
    으흑흑흑 넘 마시쬬 마시쬬.. 생또노레 로즈와 이스파한 완소완소!
    아 나 흥분해버려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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